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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여행, 한국에서 해봤더니 생긴 일들

by marie1007 2025. 5. 17.

제로웨이스트 여행?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제로웨이스트 여행', 사실 처음엔 영화 속 히피족이나 유럽 감성 브이로거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쓰레기 안 남기는 여행'이 가능할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고, 직접 2박 3일 남해 여행을 제로웨이스트 모드로 시도해봤습니다.

 

 

먼저 '제로웨이스트 여행'의 기본 원칙은 아주 간단합니다.

 

여행지에서 일회용품 NO

쓰레기 발생 최소화

남는 쓰레기는 모두 챙겨오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준비부터 뼈저리게 느꼈죠.
평소 캠핑이나 차박을 자주 하면서 편하게 일회용품, 편의점 음식, 커피 테이크아웃 등에 너무 익숙해져 있던 제겐 진짜 작은 것부터 불편함의 연속이었습니다.

 

준비한 것들
다회용 텀블러, 수저, 포크, 빨대

손수건, 천가방, 밀폐용기

고체 치약, 고체 샴푸, 비누

재사용 가능한 미니 쓰레기봉투 (쓰레기 발생 시 집으로 가져오기 용도)

 

준비물만 보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여행 가방이 평소보다 훨씬 무겁고 복잡해졌습니다.
특히 고체 치약이나 고체 샴푸는 평소에 잘 안 써본 터라 여행 내내 낯설고 어색했어요.

 

여행 경로
서울 → 남해 창선도 → 독일마을 → 다랭이마을 → 남해 해안도로 캠핑

자연 속에서 쓰레기 없이 살아보자!라는 다짐과 함께 출발했습니다.

 

쓰레기 ZERO 여행의 리얼 불편함과 깨달음

 

리필 카페? 한국은 아직 멀었다
남해에서도 꽤 유명한 카페에 갔는데, 다회용 텀블러를 내밀었더니 직원분이 굉장히 당황하더라고요.
위생 문제로 거절하는 경우도 있었고, 아예 '리필 불가'인 곳도 많았어요.
결국 커피는 거의 포기하고 직접 물이나 차를 끓여 마셨습니다.
물론 이 과정도 번거롭고, 귀찮음의 연속...

 

음식 포장, 99% 실패
지역 식당에서 남은 음식을 집에 가져가려 했지만, 일회용 포장 대신 제 밀폐용기를 꺼내니 놀라는 분들이 많았어요.
대부분 거부는 없었지만 '이상한 사람'이라는 눈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해산물 포장은 밀폐용기로도 냄새가 나서 난감했어요.

 

캠핑장에서의 최대 위기
바베큐 후, 숯 처리와 식재료 포장 쓰레기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남해 캠핑장에서도 대부분 편의점 쓰레기통 의존도가 높다 보니, 제가 가져간 천가방과 개인 쓰레기봉투는 금방 가득 찼죠.
고기나 채소도 대부분 비닐 포장인데, 이걸 제로웨이스트 버전으로 하려면 마트 장보기부터 '벌크샵' 같은 곳을 이용해야 했음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결국 집으로 돌아올 때 제 트렁크엔 '제로웨이스트 여행'이 아니라 '내가 모은 모든 쓰레기'가 남아있었죠.
한마디로, 어렵지만 완전히 불가능하진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제로웨이스트 여행, 불편해도 가치 있는 이유


여행 내내 불편함과의 싸움이었지만, 이번 실험을 통해 느낀 건 '제로웨이스트 여행'은 결과보다 '의식'의 변화가 핵심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내가 소비하는 걸 '직접 느끼게' 해줬다
평소라면 버리고 잊었을 쓰레기들이, 내 손으로 챙겨서 집까지 가져가다 보니 '내가 얼마나 많은 걸 무심하게 소비하는지' 체감하게 되더라고요.
비닐, 플라스틱 컵, 수저, 물티슈 등 무의식적 사용이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제로웨이스트는 완벽이 아니라 '시도하는 태도'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완벽하지 않아도 '시도하고 있는 나' 자체가 의미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제로웨이스트 여행은 '환경을 위해 무조건 고통받자'가 아니라,
내가 소비하는 것들을 돌아보고, 조금 불편하지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실험해보는 과정이더라고요.

 

한국에서도 점점 쉬워질 가능성
아직 리필숍이나 친환경 캠핑장이 적지만, 서울, 제주, 강릉 등 일부 지역은 점차 제로웨이스트 여행자가 편히 갈 수 있는 기반이 생기고 있어요.
앞으로 여행지에서도 더 나은 선택지가 늘어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도전할 수 있겠다는 희망도 보였습니다.

 

마무리: 불편함을 즐길 줄 아는 여행자 되기


이번 2박 3일 제로웨이스트 남해 여행은 불편함 투성이었지만, 스스로 굉장히 뿌듯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제로웨이스트 여행'은 완벽함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불편함 속에서 내가 만든 변화와 선택을 즐길 줄 아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다음 여행엔 '제로웨이스트 캠핑장', '리필 가능한 카페' 등 제로웨이스트 친화적인 루트를 미리 조사해서 한층 덜 고생하는 여행에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혹시 제로웨이스트 여행 도전해보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시작은 어렵지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시작해보세요.
분명 새로운 여행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