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스마트폰 사이에서, 아날로그에 빠지다
하루 24시간, AI가 추천하는 음악, 자동으로 편집된 사진, 스마트폰으로 보는 디지털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빠르고 쉽게 소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어요.
'이렇게 자동화된 삶에서, 정말 내 손으로 하는 게 남아있나?'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아날로그 취미 실험기.
제가 직접 도전한 건 3가지.
카세트테이프 수집 & 플레이
손으로 쓰는 종이 편지
필름 카메라로 사진 찍기
이게 요즘 힙하다더라, 가 아니라,
AI와 디지털 기술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과연 이런 아날로그 취미들이 어떤 감각을 줄 수 있을까?
실제로 해보니 예상보다 더 새롭고, 더 불편하고, 그래서 더 특별했습니다.
카세트테이프, 필름 사진, 종이 편지… 불편함이 주는 디지털 디톡스
카세트테이프: 기다림의 미학
중고 거래 앱에서 어렵게 산 카세트플레이어.
요즘은 '카세트 감성'이 유행이라 꽤 비싼 가격에 구했어요.
테이프는 중고 레코드샵에서 90년대 가요 모음집과 올드팝을 골라서 플레이해봤죠.
놀랐던 건, 곡 넘김이 없으니 '다 듣기 전까진 다른 걸 듣지 않는다'는 감각.
AI가 추천해주는 셔플 플레이와는 전혀 다른, 집중하는 음악 감상이 가능했어요.
테이프 특유의 잡음과 울림도 묘하게 힐링.
불편함이 주는 디지털 디톡스 그 자체였어요.
종이 편지: 기다림과 마음을 쓰는 시간
친구에게 손편지를 써봤습니다.
요즘 메신저로 3초 만에 'ㅇㅋ'를 보내는 시대에, 종이 편지 한 장 쓰는 데 30분이나 걸렸어요.
글씨를 썼다 지우고, 봉투를 고르고, 우표를 붙이고, 우체국에 가는 모든 과정이 귀찮고도 설레더라고요.
AI가 대신 적어주는 편지 생성기가 있지만, 손글씨로 삐뚤빼뚤하게 쓴 편지의 무게감은 그 어떤 기술도 따라올 수 없다는 걸 느꼈습니다.
필름 카메라: 한 컷의 신중함
필름 카메라는 더 극단적입니다.
스마트폰 사진처럼 수십 장 찍고 고르는 게 아니라,
36컷 한 롤을 아끼고 또 아껴야 했어요.
찍고 바로 확인할 수 없으니, 카페 라떼 한 컵도 찍기 전에 한참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그 과정이 오히려 집중력을 키우고, 감성 충만한 순간을 더 소중하게 만들었어요.
필름을 맡기고 기다리는 시간마저 하나의 아날로그 의식 같았어요
.
아날로그의 불편함, AI 시대에 더 '힙'한 이유
이번 실험을 통해 느낀 건 아날로그가 단순히 '레트로 감성'이 아니라,
디지털에 지친 우리에게 새로운 감각과 쉼을 주는 '힙한 디지털 디톡스'라는 점이었어요.
기다림이 주는 감정의 깊이
AI는 빠르게 모든 걸 분석하고 추천해줍니다.
그런데 카세트테이프, 종이 편지, 필름 사진은 '기다림'이 전제됩니다.
이 기다림 덕분에 감정이 천천히 깊어지고, 스쳐 지나가는 콘텐츠가 아니라 '내 시간과 감정을 투자한 순간'으로 기억되더라고요.
불편함 속에서 나오는 몰입
손으로 쓰고, 손으로 조작하고, 직접 움직이는 아날로그는 디지털처럼 자동화되지 않았기에 집중력과 몰입을 끌어올립니다.
필름 카메라 한 컷 찍을 때 느끼는 신중함이 바로 그 예죠.
'편리함의 반대'가 오히려 새로운 힐링이 되는 역설적인 체험이었어요.
나만의 감성과 흔적
AI가 만들어주는 결과물은 아무리 잘 나와도 '나만의 것' 같진 않잖아요.
반면 삐뚤빼뚤한 손글씨 편지, 음질 깨진 카세트 녹음, 노이즈 낀 필름 사진은 완전히 나만의 흔적이었어요.
이게 MZ 세대가 말하는 '힙한 아날로그'의 진짜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마무리: 불편함을 즐기는 감각, 아날로그의 반전 매력
AI와 스마트폰이 모든 걸 대신해주는 시대.
하지만 가끔은 일부러 아날로그 취미를 찾아서 '불편함을 즐기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빠른 세상 속에서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감각하고, 느끼고, 창조하는 아날로그 취미는
우리의 감정과 시간을 더 깊고 특별하게 만들어줍니다.
다음 도전?
레코드판 수집, 타자기로 소설 쓰기, 일기장 쓰기…
여러분도 디지털 디톡스 아날로그 실험 해보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