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 속, 비범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말이면 영화나 산책, 쇼핑을 하며 휴식을 즐깁니다. 그러나 이들과는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지구본 수집가, 공룡화석 애호가, 빈티지 시계 복원가처럼, 세상에 몇 명 없는 희귀 취미를 가진 사람들 말이죠.
이들의 취미는 단순한 ‘소유’를 넘어, 시간과 역사, 감정이 쌓인 개인적인 서사이자 예술적 표현입니다. 오늘은 그런 매력적인 세계에 발을 담근 세 명의 수집가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수집 그 너머의 이야기: 세 명의 수집가를 만나다
김상윤, 43세 – “지구본은 내 인생의 타임머신”
김상윤 씨는 20년 넘게 고지도 기반의 지구본만 38개를 수집한 열혈 수집가입니다. “지구본은 그 시대 사람들이 세상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보여주는 물건이에요. 1950년대 지구본에는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이 식민지로 표기되어 있죠. 그걸 보면 역사의 격동이 한눈에 들어와요.”
그는 수집 외에도, 해외 경매 사이트에서 잃어버린 지구본의 조각을 찾아 복원하기도 합니다. 언젠가는 지구본 전시회를 여는 게 꿈이라고 하네요.
이수진, 34세 – “공룡화석 수집은 마치 지구의 기억을 읽는 느낌”
화석이라고 하면 학자나 박물관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수진 씨는 평범한 회사원이자 열정적인 화석 수집가입니다. “공룡 이빨, 암모나이트, 고대 나무 화석까지 모으고 있어요. 손에 들고 있으면 수천만 년 전 생명체와 내가 연결된 느낌이 들어요.”
그녀는 미국이나 모로코에서 직접 화석을 구입하고,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눈을 키우기 위해 고생물학 강의까지 들었습니다. 최근엔 유튜브 채널도 열어 화석 이야기와 복원 과정을 공유하고 있어요.
박정우, 51세 – “빈티지 시계는 인간의 기술이 만든 가장 감성적인 기계입니다”
박정우 씨는 40년 가까이 수동 시계와 회중시계를 모은 ‘시계 덕후’입니다. “요즘엔 다 디지털이지만, 수동 시계는 기계적인 아름다움이 있어요. 각각의 톱니바퀴가 얼마나 정밀하게 설계됐는지 보면 감탄하게 됩니다.”
그는 단순한 수집을 넘어, 직접 시계를 분해하고 수리합니다. “전기를 쓰지 않고 정확히 돌아가는 시계를 보면, 마치 생명을 가진 것 같아요.” 그의 소장품 중에는 1910년대 프랑스군이 사용하던 전쟁 시계도 있다고 하네요.
우리는 왜 ‘희귀한 것’에 끌릴까?
이 수집가들의 공통점은 ‘대체 불가능한 것에 대한 애착’입니다. 흔하고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보다는, 노력이 필요하고, 희소한 가치를 지닌 것에서 자기 정체성과 감정적 연결을 느끼는 겁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심리적 소유감(Psychological Ownership)”이라고 부릅니다. 단순히 물건을 갖는 게 아니라, 그것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과정이라는 것이죠.
수집품 하나하나가 이들의 삶과 연결되고, 그 안에는 역사·기억·열정이 녹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의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는지도 모릅니다.
마무리하며
희귀한 취미는 ‘돈이 많아서’, ‘시간이 많아서’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만의 세계를 깊이 파고들 용기와 애정이 있을 때 가능한 일입니다.
당신도 혹시 마음 한 구석에만 간직해둔, 작고 이상한 수집 욕구가 있지 않나요?
그게 바로 당신만의 ‘희귀한 세계’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